■ 포스터 디자인: 박기완
| 망망대해 茫茫大海 -기간: 2022. 5. 7.(토)- 6. 4.(토) -운영시간: 10:00-17:00 -장소: project space Release -기획: 김현진 -참여작가: 권채은 김지현 박기완 오선경 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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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茫茫大海
망망대해란? 아득할 망을 사용하여 가늠되지 않는 먼 대양을 뜻하며, 알 수 없는 목적지를 찾아 물이 흐르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떠도는 한없이 거대한 바다이다.
우리는 종종 크고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 떨어져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현실과 다른 차원에 들어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득함 속에서 나타난 다섯 구역의 바다는 각기 다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내가 서 있는 미지의 공간은 어디인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가? 어디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나? 알지 못하는 이 길을 탐구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기도 하며, 그저 자신이 이끌리는 대로 흘러가는 긴 여정의 길이기도 하다.
망망대해는 각기 다른 바다를 가진 5명의 작가 이야기이다.
첫 번째, 구역을 가진 권채은 작가는 모든 감각이 배제된 채 나와 상념만이 존재하는 거대한 바다에 '있다'. 그곳에서의 일들을 관찰하며 내적인 평화를 이룬다.
두 번째, 구역의 김지현 작가는 평소와는 다른 낯선 감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어, 갑작스레 발견되어진 것들에 집중한다.
세 번째, 구역의 박기완 작가는 망망대해라는 구조 속에서 안주한 곳이 사라지고 다시 찾아오는 “망망대해” 같은 상황이 오는 순간을 본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네 번째, 구역인 오선경 작가는 거대한 바다 한 가운데에 누워있다. 자신이 자연에 동화되어 정처 없이 흘러가며, 그사이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마지막 구역인 정채은 작가는 크나큰 인생의 항해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탐구를 통해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심오한 물음을 던진다.
이들은 다들 각각의 바다 위에서 자신들의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이 지나간 물길 위에는 정처없이 떠도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혼합되고 있다. 이번 ‘망망대해展’ 은 작가 5명의 내면을 바다에 빗대어 모든 물이 바다로 모이듯이, 각자의 상태를 각 구역에 펼쳐 놓음으로써 개인만 가지고 있던 내면의 은밀한 것들을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는 망망대해 위를 떠다니며, 점점 퍼져나가는 파동처럼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듦을 공유한다. 이러한 공유함은 점차 멀리 퍼져 다양한 바다의 그물망을 만들어 다섯 구역이 현실이라는 땅에 등장할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작가 소개
○ 권채은 Kwon chae-eun



권채은, 것, 2022, 가변 설치, 알지네이트
Kwon chae-eun, things, 2022, variable installation, alginate
위협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은 생존 본능이다. 다만 모든 문제 상황에서 피함으로서 안정을 찾고자 할 때, 그것이 가장 편한 방법임을 학습했을 때, 도피는 습관이 된다.
피해야 마땅한 일들이 있다. 여기서 마땅한 도피처가 없다면 선택지는 많지 않다. 1차원적인 쾌락, 찰나의 도파민. 이러한 과정의 반복은 만성이 되어 마땅한 문제나 위협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게 한다. 존재하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피하려 한다.
작품은 벽의 형태를 본 뜬 것으로, 정확히 말하면 벽의 형태와 함께 벽에 쌓인 시간들을 가져 온 것이다. 벽에서 떨어진 덩어리(이하 ‘것’으로 명칭)는 벽의 원본이 아니다. 벽의 복사본이자 물질화된 시간의 합본이다. 이 원본 없는 시간-물질인 ‘것’은 실체 없는 위협으로부터의 도피행위와 같다.
겹겹이 쌓인 시간들로 도피를 학습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 혹은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영향권 밖에 있는 것에서 계속 도망친다. 내가 피하고자 하는 대상을 잘 살펴보면 개별적인 이 ‘것’과 같이 시시하고 보잘 것 없다. 원인도 없고 원본도 아닌, 오로지 만성적 행위로 인해 이유 없이 떨어져 나온 하찮은 결과들. 다만 그것들이 쌓여 무작위의 형태를 이루므로 위협적 실체로 착각 할 뿐이다.
○ 김지현 Kim ji-hyeon



김지현, on, 2022, 가변설치, 유리판에 손발 자국
Kim ji-hyeon, on, 2022, variable installation, the imprints of hands and feet on the glass panel



김지현, 환상통, 2022, 가변설치, 1채널 영상 1분. 3초, 깃털 장난감
Kim ji-hyeon, illusion pain, 2022, variable installation, 1channel film 1min. 3sec, feather toys
작업이라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인식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는 상황과 그리고 마주한 것들을 작품이라는 변화를 통하여 특별하게 만들기를 목적으로 한다.
이번에도 그 마주함의 상황에 이끌려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또렷한 시야와 의식의 사용 중에서 갑자기 다른 곳으로 빨려가듯이 아득해질 때. 그것은 방안에 가만히 서서 또는 반복되는 것에 시선이 뺏기거나 하는 등의 순식간에 멍해지는 상태로 넘어가게 된다. 무언가를 생각해내고, 움직이기 위함의 과정 진행에서 그저 그런 결과가 하나 내지 않는 백지의 상태로 중간에 ‘슈-욱’하고 마치 아래로, 빠져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오히려 나 자신을 이상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꼭 감각에 이상이 오는 것처럼, 눈의 깜빡임이 부자연스럽다거나, 무언가가 옆에서 간지럽히고 어딘가에서 묘한 소리가 들린다든지. 이런 상황은 보이지 않는 이상 감각뿐 아니라 보이는 것까지 전달되어 갑자기 눈앞에 드러나게 되는 것들이 다 이상하게 보이게 하고 그 자체에 빠져들게 한다. 내가 움직임으로 인해 남겨진 문의 손자국이, 다가오는 흔적조차 이질적이고 마치 제 3자의 것처럼 뜯겨 보이게 된다.
백지의 상태와 이상 감각에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그 상태는 알고 보면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는 않는다. 다시금 툭 하고 쳐준다면 순식간에 소용돌이 밖으로 튕겨 나오듯 깨어나게 된다.
이상 감각을 느끼게 하는 이 현상은 바로 쌓아 올려지고 뭉개짐을 반복하는, 그 순간이 아주 짧게 남는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다. 하지만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이상 감각과 집중은 다시금 그때의 감각이 똑같이 반복되지 않고 인지하는 순간 사라진다는 미묘하고도 이상한 지점에서 더 빠져들고, 그 찰나의 순간에 몰입하게 되는 듯하다.
○ 박기완 Park ki-wan




박기완, 무제(Dripping man), 2022, 가변설치, 3D프린트된 두상, 수류모터, 투명호스, 부서진 망치, 물
Park Ki-Wan, Untitled(Dripping man), dimensions variable, 3D printed human head, a water current motor, Transparent hose, crushed hammer, water
작품은 망가진 머리와 수류모터, 3D프린팅된 머리, 투명호스로 이루어져 있다. 수류모터를 작동시키면 담겨진 물이 머리를 통해 빠져나와 높게 달린 부서진 망치로 이어져 부서진 망치로부터 물이 빠져나와 다시 아래의 모터가 달린 3D프린팅 된 머리 조형으로 다시 돌아간다. 전기를 연결할수 있고 물의 질량이 보존되는 한 끊임없이 지속된다.
내 작업은 본능적인 직감이나 감각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해 이 감각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번 작품은 현재 근무하는 근무지에서 망치를 써야할 상황이 왔는데, 망치가 부서져버린 사건이 있었다. 부서져 버린 망치와 가지고 있던 자석을 가지고 놀다가 현재 작품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데롱데롱하는 부분이 재밌기도 했는데, 불현듯 이 매달린 망치머리가 사람처럼 보여 가운데 뚫린 구멍에서 물이 나오는 상상을 했다. 상상은 끊임없이 이어져 구멍에서 나와 떨어지는 물을 받는 것을 사람 머리가 받는 상상으로 끝났다.
정말 순간적으로 끝나버린 작품 구상은 작품에서 떨어져 작품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끊임없이 흐르고, 다시 올라가고, 배출되고, 다시 흡수되어 순환되는 물은 현재의 내 상황, 현실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업(業)을 하고 살아갈지, 어떤 짧은 기간의 마지막 기간이 도래하며 다시 찾아오는 선택과 시작의 순간처럼. 끊임없이 순환되는 물에서 주변으로 시야를 확장해보니 임의로 의미부여한 매달린 사람과 물을 받는 사람의 머리가 보였다. 확장된 시야에서 떠오른 생각은 계속 찾아오는 ‘그 순간’이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찾아오는 그 순간들은 결국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오선경 Oh seon-gyeong




오선경, ㄴㅡ ㅈㅋㅑ, 2022, 1920x1080(HD), 디지털 로토스코핑
Oh Seon-Gyeong, su qs b hj mo, 2022, 1920x1080(HD), Digital Rotoscoping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살다가 대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시골로 상경하며 이십 대의 절반을 보냈다. 도시에서, 기차는 정말 먼 지역을 갈 때 이용하는 수단이었다면 이곳에서는 근처 지역을 오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야만 했다. 좋은 일이 있어도 기차를 탔고 급하게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일이 있을 때도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지연되면서 천천히 들어오는 기차를, 발을 구르며 멀리서 번지는 불빛을 빤히 쳐다보던 시간은 몇 년의 시간 동안 촘촘하게 몸과 감각에 남게 되었다. 이제 나는 기차역에 황망하게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한없이 익숙하고도 낯설고 갑갑하게 느껴진다.
갈피가 잡히지 않는 낯선 느낌과 뻥 뚫린 공간에서 느껴지는, 자신을 사방에서 죄어오는 느낌의 정체를 그려내 보고자 한다. 기차역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추출하여 섞고 덜어내면서 여백들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감각과 불안의 결정체로 삼고자 한다.
○ 정채은 Jeong cherry




정채은, 불안, 2022, 가변설치, 혼합재료
Jeong cherry, anxiety, 2022, variable installation, Mixed Media
몸의 감각기관들이 느끼는 인간의 불안의 형상을 패턴으로 표현한다. 각기 다른 모양의 패턴들이 한곳에서 반복되는 것을 보고 게슈탈트가 일어나 불안과 강박의 신체적 느낌을 시각적으로 감상한다. 결국 불안과 강박의 감각을 감상해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여 관찰자의 입장으로 해소한다. 이런 과정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조용하면서도 극적인 경험이다.
고통을 찾아 더듬다.
고통은 있는데 고통인 줄도 모르고
고통을 표현 할 줄도 모르고
고통을 멈출 줄도 모르는 인간들
고통이란 감각을 하나하나 만지고 빚어내었다. 차마 두려워 덮어두었던 고통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마주본다. 이 과정은 고요한 울부짖음이며 카타르시스를 위한 통로다.색은 감정이고 감정을 만지고 주무르는 행위가 이 작업에 주요과정이다.글라스데코와 젤레진은 특유의 광택이 있어 유기체세포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생명은 물에서 시작되었으니 젖은 듯한 느낌을 살렸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 ARTIST TALK
2022.05.07(SAT) 11:00-12:00
참여자: 권채은 김지현 김현진 박기완 오선경 정채은
○ 대화 내용
- 전시 망망대해의 기획 과정 및 작업 이야기
- '작품'이 가진 의미
- 창작 활동의 당위성, 동시대 미술의 경향








2022.05
망망대해 茫茫大海
-기간: 2022. 5. 7.(토)- 6. 4.(토)
-운영시간: 10:00-17:00
-장소: project space Release
-기획: 김현진
-참여작가: 권채은 김지현 박기완 오선경 정채은
망망대해 茫茫大海
망망대해란? 아득할 망을 사용하여 가늠되지 않는 먼 대양을 뜻하며, 알 수 없는 목적지를 찾아 물이 흐르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떠도는 한없이 거대한 바다이다.
우리는 종종 크고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 떨어져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현실과 다른 차원에 들어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득함 속에서 나타난 다섯 구역의 바다는 각기 다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내가 서 있는 미지의 공간은 어디인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가? 어디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나? 알지 못하는 이 길을 탐구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기도 하며, 그저 자신이 이끌리는 대로 흘러가는 긴 여정의 길이기도 하다.
망망대해는 각기 다른 바다를 가진 5명의 작가 이야기이다.
첫 번째, 구역을 가진 권채은 작가는 모든 감각이 배제된 채 나와 상념만이 존재하는 거대한 바다에 '있다'. 그곳에서의 일들을 관찰하며 내적인 평화를 이룬다.
두 번째, 구역의 김지현 작가는 평소와는 다른 낯선 감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어, 갑작스레 발견되어진 것들에 집중한다.
세 번째, 구역의 박기완 작가는 망망대해라는 구조 속에서 안주한 곳이 사라지고 다시 찾아오는 “망망대해” 같은 상황이 오는 순간을 본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네 번째, 구역인 오선경 작가는 거대한 바다 한 가운데에 누워있다. 자신이 자연에 동화되어 정처 없이 흘러가며, 그사이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마지막 구역인 정채은 작가는 크나큰 인생의 항해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탐구를 통해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심오한 물음을 던진다.
이들은 다들 각각의 바다 위에서 자신들의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이 지나간 물길 위에는 정처없이 떠도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혼합되고 있다. 이번 ‘망망대해展’ 은 작가 5명의 내면을 바다에 빗대어 모든 물이 바다로 모이듯이, 각자의 상태를 각 구역에 펼쳐 놓음으로써 개인만 가지고 있던 내면의 은밀한 것들을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는 망망대해 위를 떠다니며, 점점 퍼져나가는 파동처럼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듦을 공유한다. 이러한 공유함은 점차 멀리 퍼져 다양한 바다의 그물망을 만들어 다섯 구역이 현실이라는 땅에 등장할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작가 소개
○ 권채은 Kwon chae-eun
권채은, 것, 2022, 가변 설치, 알지네이트
Kwon chae-eun, things, 2022, variable installation, alginate
위협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은 생존 본능이다. 다만 모든 문제 상황에서 피함으로서 안정을 찾고자 할 때, 그것이 가장 편한 방법임을 학습했을 때, 도피는 습관이 된다.
피해야 마땅한 일들이 있다. 여기서 마땅한 도피처가 없다면 선택지는 많지 않다. 1차원적인 쾌락, 찰나의 도파민. 이러한 과정의 반복은 만성이 되어 마땅한 문제나 위협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게 한다. 존재하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피하려 한다.
작품은 벽의 형태를 본 뜬 것으로, 정확히 말하면 벽의 형태와 함께 벽에 쌓인 시간들을 가져 온 것이다. 벽에서 떨어진 덩어리(이하 ‘것’으로 명칭)는 벽의 원본이 아니다. 벽의 복사본이자 물질화된 시간의 합본이다. 이 원본 없는 시간-물질인 ‘것’은 실체 없는 위협으로부터의 도피행위와 같다.
겹겹이 쌓인 시간들로 도피를 학습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 혹은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영향권 밖에 있는 것에서 계속 도망친다. 내가 피하고자 하는 대상을 잘 살펴보면 개별적인 이 ‘것’과 같이 시시하고 보잘 것 없다. 원인도 없고 원본도 아닌, 오로지 만성적 행위로 인해 이유 없이 떨어져 나온 하찮은 결과들. 다만 그것들이 쌓여 무작위의 형태를 이루므로 위협적 실체로 착각 할 뿐이다.
○ 김지현 Kim ji-hyeon
김지현, on, 2022, 가변설치, 유리판에 손발 자국
Kim ji-hyeon, on, 2022, variable installation, the imprints of hands and feet on the glass panel
김지현, 환상통, 2022, 가변설치, 1채널 영상 1분. 3초, 깃털 장난감
Kim ji-hyeon, illusion pain, 2022, variable installation, 1channel film 1min. 3sec, feather toys
작업이라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인식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는 상황과 그리고 마주한 것들을 작품이라는 변화를 통하여 특별하게 만들기를 목적으로 한다.
이번에도 그 마주함의 상황에 이끌려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또렷한 시야와 의식의 사용 중에서 갑자기 다른 곳으로 빨려가듯이 아득해질 때. 그것은 방안에 가만히 서서 또는 반복되는 것에 시선이 뺏기거나 하는 등의 순식간에 멍해지는 상태로 넘어가게 된다. 무언가를 생각해내고, 움직이기 위함의 과정 진행에서 그저 그런 결과가 하나 내지 않는 백지의 상태로 중간에 ‘슈-욱’하고 마치 아래로, 빠져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오히려 나 자신을 이상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꼭 감각에 이상이 오는 것처럼, 눈의 깜빡임이 부자연스럽다거나, 무언가가 옆에서 간지럽히고 어딘가에서 묘한 소리가 들린다든지. 이런 상황은 보이지 않는 이상 감각뿐 아니라 보이는 것까지 전달되어 갑자기 눈앞에 드러나게 되는 것들이 다 이상하게 보이게 하고 그 자체에 빠져들게 한다. 내가 움직임으로 인해 남겨진 문의 손자국이, 다가오는 흔적조차 이질적이고 마치 제 3자의 것처럼 뜯겨 보이게 된다.
백지의 상태와 이상 감각에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그 상태는 알고 보면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는 않는다. 다시금 툭 하고 쳐준다면 순식간에 소용돌이 밖으로 튕겨 나오듯 깨어나게 된다.
이상 감각을 느끼게 하는 이 현상은 바로 쌓아 올려지고 뭉개짐을 반복하는, 그 순간이 아주 짧게 남는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다. 하지만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이상 감각과 집중은 다시금 그때의 감각이 똑같이 반복되지 않고 인지하는 순간 사라진다는 미묘하고도 이상한 지점에서 더 빠져들고, 그 찰나의 순간에 몰입하게 되는 듯하다.
○ 박기완 Park ki-wan
박기완, 무제(Dripping man), 2022, 가변설치, 3D프린트된 두상, 수류모터, 투명호스, 부서진 망치, 물
Park Ki-Wan, Untitled(Dripping man), dimensions variable, 3D printed human head, a water current motor, Transparent hose, crushed hammer, water
작품은 망가진 머리와 수류모터, 3D프린팅된 머리, 투명호스로 이루어져 있다. 수류모터를 작동시키면 담겨진 물이 머리를 통해 빠져나와 높게 달린 부서진 망치로 이어져 부서진 망치로부터 물이 빠져나와 다시 아래의 모터가 달린 3D프린팅 된 머리 조형으로 다시 돌아간다. 전기를 연결할수 있고 물의 질량이 보존되는 한 끊임없이 지속된다.
내 작업은 본능적인 직감이나 감각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해 이 감각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번 작품은 현재 근무하는 근무지에서 망치를 써야할 상황이 왔는데, 망치가 부서져버린 사건이 있었다. 부서져 버린 망치와 가지고 있던 자석을 가지고 놀다가 현재 작품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데롱데롱하는 부분이 재밌기도 했는데, 불현듯 이 매달린 망치머리가 사람처럼 보여 가운데 뚫린 구멍에서 물이 나오는 상상을 했다. 상상은 끊임없이 이어져 구멍에서 나와 떨어지는 물을 받는 것을 사람 머리가 받는 상상으로 끝났다.
정말 순간적으로 끝나버린 작품 구상은 작품에서 떨어져 작품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끊임없이 흐르고, 다시 올라가고, 배출되고, 다시 흡수되어 순환되는 물은 현재의 내 상황, 현실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업(業)을 하고 살아갈지, 어떤 짧은 기간의 마지막 기간이 도래하며 다시 찾아오는 선택과 시작의 순간처럼. 끊임없이 순환되는 물에서 주변으로 시야를 확장해보니 임의로 의미부여한 매달린 사람과 물을 받는 사람의 머리가 보였다. 확장된 시야에서 떠오른 생각은 계속 찾아오는 ‘그 순간’이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찾아오는 그 순간들은 결국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오선경 Oh seon-gyeong
오선경, ㄴㅡ ㅈㅋㅑ, 2022, 1920x1080(HD), 디지털 로토스코핑
Oh Seon-Gyeong, su qs b hj mo, 2022, 1920x1080(HD), Digital Rotoscoping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살다가 대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시골로 상경하며 이십 대의 절반을 보냈다. 도시에서, 기차는 정말 먼 지역을 갈 때 이용하는 수단이었다면 이곳에서는 근처 지역을 오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야만 했다. 좋은 일이 있어도 기차를 탔고 급하게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일이 있을 때도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지연되면서 천천히 들어오는 기차를, 발을 구르며 멀리서 번지는 불빛을 빤히 쳐다보던 시간은 몇 년의 시간 동안 촘촘하게 몸과 감각에 남게 되었다. 이제 나는 기차역에 황망하게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한없이 익숙하고도 낯설고 갑갑하게 느껴진다.
갈피가 잡히지 않는 낯선 느낌과 뻥 뚫린 공간에서 느껴지는, 자신을 사방에서 죄어오는 느낌의 정체를 그려내 보고자 한다. 기차역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추출하여 섞고 덜어내면서 여백들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감각과 불안의 결정체로 삼고자 한다.
○ 정채은 Jeong cherry
정채은, 불안, 2022, 가변설치, 혼합재료
Jeong cherry, anxiety, 2022, variable installation, Mixed Media
몸의 감각기관들이 느끼는 인간의 불안의 형상을 패턴으로 표현한다. 각기 다른 모양의 패턴들이 한곳에서 반복되는 것을 보고 게슈탈트가 일어나 불안과 강박의 신체적 느낌을 시각적으로 감상한다. 결국 불안과 강박의 감각을 감상해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여 관찰자의 입장으로 해소한다. 이런 과정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조용하면서도 극적인 경험이다.
고통을 찾아 더듬다.
고통은 있는데 고통인 줄도 모르고
고통을 표현 할 줄도 모르고
고통을 멈출 줄도 모르는 인간들
고통이란 감각을 하나하나 만지고 빚어내었다. 차마 두려워 덮어두었던 고통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마주본다. 이 과정은 고요한 울부짖음이며 카타르시스를 위한 통로다.색은 감정이고 감정을 만지고 주무르는 행위가 이 작업에 주요과정이다.글라스데코와 젤레진은 특유의 광택이 있어 유기체세포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생명은 물에서 시작되었으니 젖은 듯한 느낌을 살렸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 ARTIST TALK
2022.05.07(SAT) 11:00-12:00
참여자: 권채은 김지현 김현진 박기완 오선경 정채은
○ 대화 내용
- 전시 망망대해의 기획 과정 및 작업 이야기
- '작품'이 가진 의미
- 창작 활동의 당위성, 동시대 미술의 경향
2022.05